시작...
처음 필름 카메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회사 동료분이 필름 카메라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보여주신 카메라 때문이었다. 당시 니콘 F2 모델을 구매하셔서 보여주시고 Rollei 35를 구매하고 싶어 하셨는데 점심시간에 밥 먹고 노가리 까면서 같이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필름 카메라를 둘러보다가 관심도가 급격히 상승하게 되어 입문하게 되었다.
둘러보다가 관심을 가지게된 카메라는 크게 2개였다.
하나는 Rollei 35였고 하나는 Argus C3였다. 이 두 개의 카메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택티컬(?)한 외관 때문이었다. Rollei 35는 앞에 렌즈와 양 옆에 다이얼이 있으면서도 작은 크기인 게 상당히 맘에 들었고 Argus C3는 특유의 각진 디자인과 Rollei 35와 같이 앞에 다이얼이 있어 공대 감성적인 나로서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었다.
그렇게 두 카메라를 구매하기 위해 주요 중고 사이트를 하루에 몇번씩 들어가며 확인해 보고 구글에도 찾아봤다.
다만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한 조건은 저렴한 가격이였다. 중고 거래에서 저렴한 가격은 구매자 입장에서 당연히 중요한 요소지만 원래 디지털 카메라에 관심이 있던 나로서는 해상도나 편의성면에서 굳이 필름 카메라를 비싸게 구매할 정도로 메리트가 있지는 않았다. 몇십만 원 주고 필름 카메라를 살바에는 새로운 렌즈나 바디를 구매하는 것이 나에게 더 좋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름 카메라 당 최대 10만원의 예산을 가지고 각각 한두 대씩만 구매하려는 계획을 세웠었다.
하지만 원하던 가격은 없었는데 일단 Rollei 35 카메라는 기본적으로 가격대가 최소 15만원 이상으로 형성되어 있었고 Argus C3는 조금 더 저렴했지만 그래도 최소 7~8만원 정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두 모델에 관심도가 수직상승하고 소유하고 싶은 욕구도 수직 상승했었다.
운 좋게도 Rollei 35는 상당히 빠르면서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는데 당근에서 Rollei 35 T 블랙을 10만원에 팔고 있었다. 그래서 바로 구매 의사를 전달하고 차를 끌고 가 구매할 수 있었다. 물론 저렴한 가격대인만큼 당연히 하자가 있었는데 저속 셔터와 노출계가 정상적으로 동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도 기본적인 기능은 모두 정상이었기 때문에 문제없이 찍을 수 있었다.
Argus의 경우는 당근보다는 번개 장터나 필름 카메라 전문 판매 사이트에서 많이 볼 수 있었는데 번개 장터의 경우 저렴하지만 동일하게 하자가 있는 매물이 많은 편이였고 전문 판매 사이트는 기본 가격대가 모두 15만원이 넘어서 구매하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이베이를 향하여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구매를 할까 하다가 이베이에서도 많이 판매하고 있고 특히 경매 시스템이 있다는 것을 잊고 있다가 다시 알게 되었다. 그렇게 이베이에서 처음 Argus C3를 검색했을 때... 엄청나게 많은 매물과 저렴하게 형성된 가격을 보고 바로 여기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가격을 보면 알겠지만 현재 기준으로 최소 $1의 Argus C3 매물이 있을 정도로 엄청나게 저렴한 매물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이건 경매 시스템 기준이기 때문에 입찰이 종료될 때 나만 입찰하거나 가장 비싸게 입찰을 했다면 구매할 수 있지만 반대로 다른 사람이 더 비싼 가격에 입찰한 경우 그 사람에게 낙찰되기 때문에 생각하는 최대 가격을 정하고 참여해야 피를 보지 않는다.
이베이에서는 크게 두 가지 구매 방식이 있는데 하나는 다른 사이트에서 구매하면 바로 돈이 지불되고 물건을 받아볼 수 있는 일반 구매 시스템과 일정 시간 동안 경매를 진행하고 종료 시점에 가장 높게 부른 사람이 낙찰되면 돈을 지불하고 물건을 받아 볼 수 있는 경매 시스템이 있다.
이베이 첫 구매
Argus C3의 경우, 일반 구매 시스템에서는 대부분 $10 ~ $30 정도의 가격이 형성되어 있는데 다른 카메라와 같이 카메라의 상태나 기능 동작 여부, 액세서리 포함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가격이 정해져 있다. 물론 누가 봐도 외관에 흠집이 많고 액세서리도 없는데 가격이 $100인 경우도 많다. 이건 둘러볼 때 잘 봐야 하고 실제로 물건 사진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구매를 검토해야 한다.
Argus C3는 경매 시스템에서도 대부분의 가격대가 최소 $10 정도로 형성되어 있는데 간혹 $0.99와 같이 미친 가격대부터 시작하는 경우도 생각보다 자주 있다. 그리고 나 또한 운 좋게 경매를 통해 $1.25에 Argus C3를 구매할 수 있었다...!
오히려 카메라 가격보다 배송비가 더 비싸다..
물론 이 카메라는 외관 가죽이 많이 벗겨져 있고 저속 셔터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도 국내에서 최소 10만원 이상 줘야 하는 카메라를 이베이에서 1.5만원에 구할 수 있던 게 엄청난 장점인 것 같다.
장단점
장점은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운만 좋다면 국내보다 훨씬 저렴하게 원하는 매물을 구할 수 있다. 또한 이베이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하기 때문에 판매자가 별도의 제약사항을 명시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 한국에도 배송해 준다. (다만 배송비가 저 위로 가기 때문에 가능하면 배대지를 쓰자..) 그리고 국내에서 구하기 쉽지 않은 물건도 구할 수 있고 매물도 훨씬 많다.
단점은 일단 대부분의 판매자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물건에 대해 문의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영어를 필요로 한다. 또한 우리나라처럼 배송비가 저렴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가격이 거리에 비례하고 미국에서 구매하는 경우는 대부분 최소 $5 정도 하는 것 같다. 물론 무료 배송을 해주는 곳도 많지만 대부분은 아닌 것 같다. 또한 사진과 설명에 있는 내용이 물건의 상태를 보여주는데 미쳐 못 보거나 제대로 안 읽으면 받았는데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며 해외에서 구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품이나 환불 과정도 쉽지 않다.
장점
- 국내보다 더 많은 매물
- 국내보다 저렴한 가격대
- 구하기 어려운 물건도 잘 찾으면 구매 가능
단점
- 영어 대화 스킬 필요
- 배송비도 같이 검토해야함
- 물건에 문제가 있을 시 머리 아픔
더 구매나아가며
문제는 이렇게 첫 구매를 성공적으로 한 순간부터 갑자기 엄청나게 구매욕이 생기기 시작했다...
일단 구매한 Argus C3가 저렴하긴 해도 문제가 있기 때문에 좀 더 잘 관리되고 기능이 모두 잘 동작하는 것을 원하기 시작해 위 이미지와 같이 한대 더 구매하게 되었다. 거기에 구하기 쉽지 않은 터렛형 뷰파인더가 있다는 이유로 Argus C44도 구매하게 되고..
Rollei 35 T도 동일하게 저렴하지만 문제가 있다는 이유와 다른 에디션 소유욕으로 인해 최근에 독일제 Rollei 35를 구매하게 되었다... 거기에 당근에서 고장 난 Rollei 35 TE이 5만원에 올라와 고쳐서 쓰자는 명목으로 구매했다.
그리고 가장 건드려서는 안 될 라이카도 건드려버리게 되었다...🥲
카메라 공부를 하면서 라이카도 당연히 알게 되었는데 라이카 가격대가 워낙 높다 보니 공부 시점부터 얼마 전까지는 어지간이 돈이 많지 않은 이상 볼일이 없는 브랜드라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35mm 필름을 사용하는 카메라의 원조격이 라이카다 보니 필름 카메라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라이카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렇게 지금 이베이 경매를 통해 구매한 라이카 바르낙 iiif 블랙 다이얼 버전이 지금 집을 향해 오고 있다.
가격은 $307에 관부가세, 배송비까지 합하면 50만원정도를 사용하게 되었다. 분명히 처음 관심을 가질 때는 카메라 한대당 10만원을 최대로 잡고 최대한 저렴하게 조금만 소유하자 마인드였는데 35mm 필름 카메라의 원조격에 눈이 돌아 어느 순간 구매하기 버튼을 클릭하고 있었다.
하지만 바르낙을 끝으로 더 마음에 드는 카메라는 더 이상 없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당분간 더 구매하진 않을 것 같다.
애초에 바르낙에 눈 돌아간 것도 35mm 필름 카메라의 원조라는 상징성에 이끌린 것과 라이카라는 소유하기 어려운 브랜드를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Argus C3나 Rollei 35와 같이 택티컬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데 다른 카메라는 한 번씩 궁금해서 보지만 이상하게 눈에 가지 않는 걸 보면 확실히 어느 정도 선호하는 디자인을 가진 카메라를 다 구매한 것 같다.
바르낙과 원래 오고 있던 카메라까지 다 오면 전체 사진을 찍고 (지갑을 위해서라도)구매를 끝내려고 한다.
필카를 구매하면서 사용하면서도 확실히 디카에 없는 특유의 감성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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